2022/10/22 17:56

티켓 투 파라다이스 극장전 (신작)


짧았지만 영원처럼 지긋지긋했던 잠깐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이제는 이혼한채로 지낸 세월이 더 길어진 중년의 두 남녀. 하나뿐인 딸의 졸업식 등 피할 수 없는 가족 행사에서도 차마 즐기지 못하고 끝까지 으르렁대기 바빴던 데이빗과 조지아. 그런 둘이 이번엔 외딴 섬나라 현지 총각과 홧김에 결혼을 결심한 것처럼 보이는 딸을 막기 위해 불편한 동맹을 결성한다. 예비 사위가 애써 준비한 결혼 반지를 훔치고, 가스라이팅까지 서슴지 않는 둘. 그들은 과연 딸의 결혼식을 막을 수 있을까? 과거 자신들이 스스로에게 그랬어야 했던 것처럼?

이같은 내용 한 문단에 영화의 제작사가 한때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로 이름을 날렸던 워킹 타이틀이란 것까지 알게 되면 결말까지의 추후 이야기는 모조리 유추되기 마련이다. 딸 결혼 막으러 이국적인 섬나라에 왔다가, 끝내는 그 경치와 상황과 분위기에 취해 다시금 엮이는 중년의 커플 보여주는 영화겠지. 물론이다.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데이빗과 조지아는 자신이 과거 사랑했던 서로의 모습을 상대에게서 재발견해내고, 종국에는 꽤 로맨틱한 재결합을 맞이해낸다. 그리고 당연히 딸도 그 이국 섬나라 총각과의 결혼에 골인.

로맨틱 코미디로써 썩 납득가는 상황 설정이다. 하지만 영화는 설정만 그럴듯하게 갖다댔을 뿐, 정작 그 세부 묘사에는 얼렁뚱땅 만큼만의 공을 들인다. 예컨대 설계도는 그럴듯 했으나 시공에서 대충한 격. 만나기만 하면 서로에게 비아냥 거리느라 바빴던 데이빗과 조지아는 일순간 화해를 넘어 사랑의 모멘트를 갖는다. 심지어 조지아는 그동안 쭉 만나고 있었던 잘생긴 연하남까지 밀어내고 말이다. 그렇다면 묘사하는 데에 있어 역시나 제일 중요했을 것은 데이빗과 조지아 사이가 어떻게 다시 가까워질 수 있었느냐-였겠지. 그런데 그 부분을 <티켓 투 파라다이스>는 대충 뭉뚱그리고만 앉아있다. 그렇게 둘은 별 것 아닌 상황들로 지나온 인생의 반을 모조리 역행해버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갑자기 왜 둘이 키스하고 있는 거냐고!

다만 강력한 투 탑 캐스팅은 영화의 장점이 되어준다. 그리고 더불어, 그게 영화의 단점을 이끌어낸 요소인 것 같기도 하다.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라니! 이 둘을 캐스팅 해두었으니 나머지 부분은 조금 설렁설렁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감독과 제작진이 임한 것 같다고. 캐스팅이 아무리 좋은들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안타까우니 이걸 어찌하랴.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는 영화의 확실한 대들보가 되어주기는 한다. 두 배우 모두 그동안 여러 장르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왔고, <오션스 11>처럼 함께 공연한 작품들도 꽤 있지 않았는가. 한마디로, 영화의 외부에 존재하는 두 스타 배우의 이미지가 영화 내부로 침투해 들어와 관객들과 강력하게 공명하는 순간. 아-, 이 두 배우가 어느새 이렇게 나이 들었구나. 세월이 야속한데 또 멋지고, 멋져서 또 귀엽다. 그만큼 딱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 보러 가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그 이상은 절대 안 되고. 


뱀발 - 딸 역할의 케이틀린 디버는 <북스마트>에서 인상적이었다. <디어 에반 핸슨>에서는 영화가 별로였던지라 잘 주목 받지 못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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