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메이크된 2022년의 <동감>을 예상외로 재미있게 보았다. 그러나 그건 내가 원작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라는 의심 역시 자꾸만 피어올랐다. 그래서 봤지, 2000년의 <동감>. 대체 2022년의 <동감>은 2000년의 <동감>에게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 거야? 그런데 막상 보니 빚진 건 맞지만... 그래도 잘 갚은 것 같단 생각이 듦.
한마디로, 오히려 리메이크판이 조금 더 좋게 느껴지더라. 대부분의 내용은 완전히 똑같다. 물론 세부적인 차이야 있지. 일단 시대 배경이 70년대와 00년대로 퇴각했고, 남녀 사이의 시간 속 위치가 달라졌다. 그외에도 자잘한 변경점들... 그중 제일 큰 건 역시나 결말일 것. 2022년의 <동감>이 따뜻하고 친절하되 너무 나이브한 결말이었다면, 2000년의 <동감>은 조금 더 성숙하고 그래서 더 비정하게 느껴지는 결말을 선사한다. 딱 그 정도의 차이랄까?
문제는 2000년의 오리지널이 너무 빛바랜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개봉 당시엔 어땠을지 몰라도 어쨌거나 영화는 반쯤 영속성을 띈 매체 아닌가. 2022년 현재에 와서도 세련된 2000년의 수많은 다른 영화들이 있을진대, 굳이 촌스럽고 올드한 느낌이 강한 <동감>에 동감하기란 조금 어렵더라고. 여기에 배우들의 그 때 당시 고정된 연기 폭도 조금 난감하고.
분명 오리지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또 리메이크가 나올 수 있었겠지. 하지만 적어도 나는, 오리지널 보다 리메이크의 손을 아주 조금 더 높게 들어주고 싶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오리지널 <동감>은 유지태 보는 재미 정도 밖에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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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보바리 2022/12/01 17:27 # 답글
CINEKOON 2022/12/22 09: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