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1 16:42

압꾸정 극장전 (신작)


이 영화의 미덕은 딱 하나다. 마동석이 액션을 안 한다는 것. 근데 그것도 완전히 옳은 말만은 아닌 게, 극중에서 적어도 주먹질 두 번 정도는 함. 어쨌거나 저쨌거나 핑크빛으로 머리를 물들인 마동석이 동네 돌아다니며 귀여움 떠는 것 자체는 신선한 시도 아니었겠나. 아, 근데 그렇게 따지면 이미 <시동>이 있었구나. 

귀엽고 발랄한 색깔의 포스터와 그 카피로 관객들을 혼동 시키고 있지만, 내용만 보자면 그 본질은 전형적인 스콜세지식 이야기다. 코폴라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 한 동네를 주 배경으로 삼아, 새롭게 태동하는 사업 또는 산업 안에서 보통은 돈이나 명예 정도로 국한되는 자신들만의 욕망을 좇다 결국엔 망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말이다. 영화는 그 전형적인 '욕흥좇망' 스토리에 마동석식 코미디를 끼얹는다. 그게 계획만큼 잘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마이크 타이슨 말마따나 그 그럴싸한 계획이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고 처맞은 이후에도 그럴싸한 것이 결국엔 좋은 계획인 게지. 

영화는 코미디로써도 애매하고, 누아르로써도 애매하다. 마동석 얼굴만 보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액션 장르로써는 더 애매하지. 주먹질 딱 두 번이 끝인 영화인데. 영화는 심각해진 상황 속에서도 별 웃기지 않는 꼴로 무리수 코미디를 던지고, 또 관객들을 박장대소 시켰어야 했던 부분에선 이상하게 무거워지며 혼자 비틀댄다. 중간엔 갑자기 혼자 신나서 뮤지컬도 하더니만 결말가니 또 팡 터지며 어찌 저찌 쌓아왔던 갈등들을 그냥 다 한 방에 보내버리네. 

정확히 뭘 얘기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음. 압구정에서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주인공을 데리고 성형외과 의사 동생과 우정의 무대를 그리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성형 공화국이란 별명이 붙은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에 대해 비판을 하고 싶었던 건지, 그도 아니면 진짜 욕망의 끝엔 파멸 뿐이라는 걸 설파하고 싶었던 건지 뭔지 진짜 하나도 모르겠음. 대체 이 영화만의 기조가 뭐냐?

한 번도 안 웃었고, 한 번도 안 시원했다. 이럴 거면 <범죄도시><범죄도시2> 정주행 다시 한 번 하는 게 훨씬 나을 듯.

덧글

  • GreenTeaR 2022/12/11 20:06 # 답글

    보고나서 간만에 돈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후반부는 무슨 편집으로 통으로 들어낸 느낌
  • CINEKOON 2022/12/22 09:48 #

    뒤로 갈수록 뭔가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대충 만든 듯한 느낌이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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