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담스 패밀리>에 관해 사실 잘 모른다. 피터 잭슨에게 <킹콩>이, 길예르모 델 토로에게 <피노키오>가 그랬던 것처럼 그저 팀 버튼 필생의 프로젝트였단 것 정도 밖에 알지 못한 상태. 그래서였을까, 넷플릭스의 <웬즈데이>는 내게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혼자서 마구 달리는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아담스 패밀리>의 주요 골자를 알고 있는 시청자들을 위해선 이처럼 별다른 설명없이 쾌도난마 하는 분위기가 좀 더 맞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듯, 나는 <아담스 패밀리> 잘 모르잖아. 그러다보니 당황스러운 것들이 좀 있었다. 주요 설정과 분위기가 엇비슷한 <해리 포터> 시리즈만 해도, 그 세계 안에서 머글이라 불리우는 일반인들이 '마법'을 어떻게 생각하고 또 대하는지 등이 찬찬히 설명되지 않나. 허나 <웬즈데이>는 그냥 그걸 강속구로 던져 버린다. 이미 마법인지 뭔지가 존재하는 세계.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등의 괴생명체들이 "뭘 봐, 괴물 처음 봐?"라고 말하는 듯 뻔뻔하게 그냥 존재해버리는 세계. 보다보니 조금씩 납득이 가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 첫인상이 과연 좋지는 않았다.
다만 팀 버튼스러운 판타지 설정을 얼개 삼아 미스테리물로써 기둥을 올렸다는 점은 재미있다. 앞서 말했듯 판타지에 천천히 녹아들게 만드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그냥 주는 대로 알아서 받아 먹으라며 던져줘버리는 작품에 좀 더 가까운데, 일단 기본적인 미스테리가 흥미를 동하게 하다보니 그런 막가파적 태도로 그러려니 하게 되는 것.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의 핵심 미스테리와 그걸 추적해나가는 추리 묘사가 후더닛 장르 전체를 대표할 만큼 좋냐고 묻는다면 또 그건 아니올시다지만, 그래도 마냥 어줍잖게 하진 않았다. 대표적으로 제일 잘한 건, 주요 용의자들 셋팅.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모아다가 주인공 주변에 흩뿌려놓는 방식, 그리고 그 안에서 하이틴과 로맨스로 적절히 양념쳐 그 텐션을 쭉 이끌어나가는 기세가 좋다. 범인을 다 알고나선 조금 허무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답이 공개되기 전까지 한 시즌을 통째로 다 보게는 만듦. TV 시리즈로써 이건 굉장한 미덕이잖아.
그럼에도 굳이 따질 것 따지자면, 예언된 비극이 실제로 벌어지는 시즌 피날레 에피소드의 클라이막스 액션 시퀀스는 조금 허무하더라. 전체 드라마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꼭 그것보다 더 스펙터클 했어야 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즌 초반부터 그 예언의 그림 보여주면서 후까시 잡은 것 치고는 너무 별 게 없었음. 겨우 이거 때문에 그렇게 동분서주들 했던 거야?- 싶어지는 거지. 여기에 주인공인 웬즈데이도 그렇게 매력있는지 잘 모르겠더라. 차라리 룸메이트인 늑대인간 소녀가 더 재미있던데. 설정이나 디자인이나 연기나 뭐든.
그래도 최근까지 디즈니의 자장 안에서 자기 스스로의 정체성들을 버려가며 조금씩 시들어가던 팀 버튼에게 있어선 일종의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같은 작품이었을 것이다. <덤보>를 끝으로 지지부진하고도 제한적인 디즈니의 품을 벗어나, 등급 면에서든 제작비 면에서든 비교적 자유로웠을 넷플릭스로의 이적. 왕년의 거장 치고는 여전히 아쉬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게 어디냐. 이 기운 그대로 쭉 나가기만 한다면 예전 명성 그대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지.
덧글
에규데라즈 2022/12/21 16:58 # 답글
90년대 아담스 페밀리 감독직 제안을 거절해서 배리 소넨펠드가 찍었습니다.
CINEKOON 2022/12/22 09:47 #
에규데라즈 2022/12/22 11:17 #
아무튼 마이클 베이가 넷플렉스 와서 추격신에 파라솔도 폭하하면서 자신의 색을 드러낸것처럼
이번 웬스데이도 팀버튼 의 색을 잘 드러낸거 같습니다.
시즌 2 나올까요 ?
CINEKOON 2022/12/22 11:27 #
시즌 2는 벌써 이야기 솔솔 나오고 있더라고요. 이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 중 꽤 높은 순위권으로 진입한 콘텐츠이니 시즌 2 런칭은 당연지사인 이야기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