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크리스마스 스피릿> 보고나서도 이야기했던 건데, 결국 <슬럼버랜드>가 하려다 실패한 것도 픽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그동안 잘 해왔던 것들이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는 문화 또는 생활 양식 이면에 그것을 모두 조종하고 있는 일종의 가상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 <크리스마스 스피릿>에서는 그게 크리스마스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유령들의 회사였다면, <슬럼버랜드>는 우리가 잘 때마다 꾸는 꿈들을 제작하고 관리하는 회사가 존재한다 말한다. 그리고 그 세계로 넘어가 펼쳐지는 한 소녀의 모험담.
숱한 영화 시나리오 작법서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게 바로 이거다. '물밖의 물고기 이야기'. 그 세계에 속하지 않던 누군가가 어쩌다 그리로 넘어가면서 벌어지는 모험담. 한동안 유행했던 이세계물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당신이 작법서를 읽었든 읽지 않았든 당연히 알고 있을만한 사실이 있다. 이세계물은 그 이세계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또 묘사는 얼마나 구체적이고 설득력있는지에 따라 작품의 재미가 판가름 난다는 거. 허나 <슬럼버랜드>의 그 슬럼버랜드는 그 관점에서 보자면 너무나도 얄팍하기만 하다.
일단 꿈을 만드는 세계란 설정 자체가 별로 신선하지 않은데, 그걸 묘사하는 방식도 구태의연하다. 누군가가 반복해서 꾸는 꿈들이 기껏해야 세네개 정도 나올 뿐인데, 그것들마저도 그닥 뛰어난 상상력이라 볼 수 없겠더라. 세상에 마상에, 어린 소년이 트럭을 좋아해 마지않는다한들 매일 밤마다 그런 재미없는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고? 차라리 그 트럭 바깥 풍경이 계속 변화한다면 또모를까, 유리로 만든 듯한 무채색의 도시를 매일 밤마다 가로지르고 있음. 오히려 어린애면 어른에 비해 상상력이 더 풍부하고 변덕스러워야 맞는 거 아니냐?
영화가 나름 내세운 반전 아닌 반전, 슬럼버랜드를 들쑤시고 다니는 무법자 플립이 알고보니 소녀의 삼촌인 필립이었다는 이야기. 중반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긴 했다. 왜냐고? 딱 봤을 때 너무 말이 안 되거든. 제아무리 어린 시절 무법자를 꿈꿨다지만, 제이슨 모모아와 크리스 오다우드 사이엔 이미지 갭이 너무 크잖아. 무엇이든 가능한 꿈속 이야기 아니냐고 우기면 뭐 할 말 없다. 근데 어쨌거나 영화적으로 봤을 때 찰지게 딱 붙는 반전은 아니라 이거지.
감독이 프란시스 로렌스라 뭔가 더 씁쓸했다. 조금 모자란 부분들이 있었을지언정, <콘스탄틴>과 <나는 전설이다>는 꽤 매력있는 작품들 아니었던가. 그나마 <헝거 게임> 시리즈도 나쁘지 않았고. 그런데 최근 <레드 스패로>도 이상하더니 이 영화에서까지 비틀댔네. 이래서 <콘스탄틴> 속편 잘 만들 수 있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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