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25 11:33

피라미드의 공포, 1985 대여점 (구작)


셜록 홈즈의 모험들은 그동안 참으로 많이 변주되어 왔다. 당장 최근만 해도 오이 같이 생긴 셜록 홈즈가 SNS를 활용해 현대 런던의 거리를 뛰어다니며 사건을 해결했던 바가 있고, 또 당장 철갑옷을 둘러도 이상하지 않게 생긴 셜록 홈즈가 영춘권을 구사하며 악당들을 직접 두드려 패고 다녔던 적 역시 있지. 셜록 홈즈가 트위터를 하고 영춘권을 전공한 시대, 그렇다면 어린 꼬꼬마 셜록 홈즈도 하나쯤 있을 법하지 않은가. 

<피라미드의 공포>는 그렇게 어린 셜록 홈즈와 그의 동급생 왓슨을 등용한 미스테리 모험물로써 만들어졌다. 그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첫 만남을 가지고, 이후 함께 학교 생활을 해나가며, 나중엔 교내와 교외 모두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키 위해 동분서주한다. 여기서 셜록이 여러 괴짜 짓들하며 추리해나가면 우리의 귀여운 왓슨이 맞장구치는 건 유서가 깊은 당연한 전개고. 이외에도 배후에 선 악당으로 나름 제임스 모리아티가 나오기도 하는 등 원작자 아서 코난 도일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 웬만한 건 다 했다. 

그럼에도 <피라미드의 공포>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다름 아닌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었다. 사실상 <피라미드의 공포>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실사화 하기 위해 궁리하던 이들에게 가장 큰 응원이 되어주었을 작품이다. 조심스러워서 그 원작에 까지는 영향을 줬다 말 못하겠지만, 적어도 영화를 만듦에 있어서는 분명 참고 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선 주인공 조합부터 비슷하다. 용감하다 못해 과감한 소년 주인공에 맞장구 잘 치고 우정으로 든든하게 보좌하는 다른 소년 캐릭터. 여기에 똑똑한 이미지의 소녀까지. 삼총사는 교복을 입고 벽돌로 단단하게 지어진 듯한 학교 내부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미스테리한 사건과 얼굴을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추격전, 밤에 찾은 공동 묘지와 어두운 숲의 이미지, 그리고 이 주인공들에게 재밌는 친구가 되어주는 괴짜 선생님과 최후의 악당으로 밝혀지는 또다른 선생님까지. 게다가 여기엔 1980년대 당시의 기술로 구현해낸 아날로그적 특수효과까지 함께한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실사화 하면서 이걸 어떻게 안 볼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피라미드의 공포>의 각본을 쓴 사람이 크리스 콜럼버스라는 것. 그는 이 영화 이후 <나홀로 집에>를 만들며 가족 영화의 대가가 되었고, 또 그 이후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을 연속으로 연출하면서 이 시리즈의 기초 공사를 해놓고 나간 사람이 되었다. 여기에서 사실상 그 영화들과 이 영화의 관계성은 확실해졌다고 봐야겠지. 

아쉽게도 <피라미드의 공포>는 딱 기본 만큼의 재미만 주는 작품이다. 추리는 확실하되 여흥이 부족하고, 모험 역시 따분하지는 않지만 그리 흥분되지도 않다. 그러나 누누이 말한 것처럼, <해리 포터>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피라미드의 공포>를 보며 그 영화의 원류를 돌이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자체의 재미에 얹어, <해리 포터> 시리즈의 원류를 추적해 나가는 재미. <피라미드의 공포>는 그렇게 조금 더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덧글

  • 잠본이 2023/01/25 12:13 # 답글

    마법탐정 셜록포터! (일 리가)
  • rumic71 2023/01/25 12:17 # 답글

    저걸 극장서 보고 한동안 닭을 못 먹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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