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6 11:41

DC 붐을 위한 제임스 건의 십년지대계 객관성 담보 불가


"하핫-, 여러분을 위해 DC의 향후 10년 플랜 짜서 가져왔으니 기대하라굿"



1. 
일단 인터뷰를 통해 제임스 건이 계속 'DCU'라고 호칭하는 것을 보니, 어쨌든 DCU라는 이름으로 굳혀 갈 생각이긴 한가보다. 세계관의 이름조차 제대로 확립하는 데에 10년이 걸린 이상한 역사... 어쩌면 그 자체가 이미 DC의 지난 10년을 상징적으로 설명해주는 것 아닐까? 기초 공사 제대로 안해 망한 유니버스가 지난 DC의 10년이었잖아. 


2. 
일단 토드 필립스의 <조커>와 그 속편, 맷 리브스의 <더 배트맨>과 속편 및 파생작들은 DCU 세계관 외에 존재하는 것으로 한다-는 결정. 이건 뭐 이해할 만한, 그리고 어느정도 예상가능했던 측면이라 논외로 하고. 


3.
솔직히 개봉 대기중이라 말을 아끼는 거지, <샤잠! - 신들의 분노>와 <아쿠아맨2> 등을 비롯해 이미 제작이 거의 완료된 작품들은 사실상 버리는 패가 되지 않을지. 세계관 기초를 제대로 다진 뒤 시작하겠다-라 호기롭게 공언하고 시작되는 DCU인데, 까놓고 말해 얘네들은 혼외자식인 거잖나. 근데 그런 사실을 또 지금 공표해버리면 해당 작품들의 흥행에 영향이 분명 있을 테니 안 하는 것 같음. 재커리 리바이의 얼굴을 한 샤잠과 제이슨 모모아의 얼굴을 한 아쿠아맨의 모험은 여기까지 입니다-라고 개봉 전에 입 털어버리면 그걸 누가 와서 보겠냐고. 이미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일환으로 관객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일 텐데 말이다. 


4. 
애니메이션 기획인 <크리쳐스 코만도>와 DCU의 호러 영화로 기획되고 있다는 <스웜프 씽> 같은 경우는 제임스 건의 자장 아래서 일견 당연하게 느껴지는 작품군들. 어떻게 보면 기예르모 델 토로 생각도 많이 나고 그렇다. 그나저나 <스웜프 씽>은 제임스 맨골드가 연출자로 등극할 거란 루머가 있던데 이건 또 이거 나름대로 기대되네. 더불어 <랜턴즈>도 탐정물 및 형사물의 컨셉을 가져갈 것이라 말한 상황에서 DCU의 호러 영화로 <스웜프 씽>이 기획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MCU만큼이나 세계관내 장르의 다각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아 이건 이거대로 또 반갑다. 


5. 
근데 <월러>는 뭐임? 애초 아만다 월러가 단독 시리즈를 가질 정도로 매력있는 인물이었나? 세계관 내에서 중요한 인물이란 건 알겠는데,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독 시리즈까지 내줄 필요는 없잖아. 그놈의 <피스메이커>도 내겐 그저 잔바리 수준이었는데. 


6. 
<수퍼맨 - 레거시>는 이해가 가면서도 아쉬운 프로젝트다. 수퍼맨 단독 영화가 세계관의 초창기에 하나 나오는 건 맞지. 그리고 어쨌거나 <맨 오브 스틸>이 불과 10여년 전 작품이기에, 수퍼맨의 오리진 스토리를 지금 시점에서 다시 실사 영화로 만드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샘 레이미마크 웹을 거쳤다는 이유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그 기원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의 케이스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새로 초석을 쓰겠다며 시작된 프로젝트인데, 어김없이 또 이미 수퍼맨 되어 있는 상태로 시작하는 구나 싶어서. 그래도 잭 스나이더의 어두운 수퍼맨이 아니라, 밝고 희망적인 수퍼맨을 볼 수는 있을 것 같아 그건 그거대로 기대됨. 


7. 
배트맨 단독 영화도 비슷한 감정이다. 데미언 웨인을 로빈으로 삼아 함께 가려는 모양이던데, 여기서도 오리진 스토리는 생략. 물론 이것 또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가 있었기에 어느정도 이해가 안 가진 않는데... DC의 트리니티 중 둘이 그 오리진 스토리 또 생략한채 그냥 냅다 등장 하는 구나. 존나 유명한 캐릭터니까 그딴 거 필요없다, 뭐 이런 건가.


8.
영화가 아닌 TV 시리즈인 <랜턴즈>는 좀 아쉽고. 


9.
<어소리티>는 애초 잘 몰라 그냥 생략, 


10.
<부스터 골드>가 의외로 기대되네. 이것도 영화가 아니라 TV 시리즈라 좀 아쉽긴 한데, 그래도 전체 라인업 중에서는 제일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서. 


11.
<수퍼걸> 영화는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가? 이미 수퍼맨 영화가 하나 있는데?


12.
그래도 전반적인 관점에서 마음에 드는 건, 그게 영화든 TV 시리즈든 애니메이션이든 간에 한 배우가 한 캐릭터를 맡은 이상 모두 통일된 버전으로 갈 거라는 비전. 하긴, 근데 이것도 어쩔 수 없었을 것 같다. 이미 세계관 외 작품으로 호아킨 피닉스의 얼굴을 한 조커나 로버트 패틴슨의 얼굴을 한 배트맨 등이 날뛰고 있는 상황이니, 적어도 DCU 세계관 내에서는 배우 통일 시켜줘야 혼란이 덜할 것.


13.
업계의 선두주자라고 해서 DC가 꼭 마블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좀 아쉬운 건 사실이다. 향후 10년을 넘어 몇 십년까지 내다보는 장기 프로젝트의 첫 단추일 텐데, 어째 갖고 있는 자산들 중 제일 비싼 것들은 살짝 뒤로 미뤄 놓은 모양새. 지금이야 유명하지만, 마블도 초기 런칭할 땐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다 듣보잡 아니었냐?-라고 물으면 사실 답 없다. 왜냐면 실사 영화 기준이나 국내 기준으로야 듣보 캐릭터들에 가까웠지만, 어쨌거나 걔네는 원작 세계관 내에서의 중심 축이었걸랑. 물론 본토에서도 실사 영화 이후 그 인기도가 수직상승한 거야 사실이지만서도... 하여튼 수퍼맨과 배트맨을 그냥 냅다 꽂아버리고, 원더우먼은 또 살짝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움. 근데 그건 뭐 제임스 건이 세계관 총책임자로 설정된 직후부터 어느정도 예견 되긴 했던 거지. 이 양반 취향 따졌을 때 아무래도 매니악한 무근본 캐릭터들에 더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테니.



그래도 세계관 총 책임자가 트위터로 이런 거 물어보고 있는 건 좀 웃기지 않나.
이젠 수퍼맨 빤스 여부도 국민 투표로 결정하겠다 뭐 이런 건가.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태도라면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이 투표 자체가 존나 웃긴 건 사실이다. 



아저씨. 아, 어떻게 좀 해 봐요.

덧글

  • 잠본이 2023/02/06 13:38 # 답글

    인기투표야 뭐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쇼라는 느낌이고 실제론 자기들 내키는대로 하겠죠(...)
    완전히 망하고 새로 시작하는거면 후련하기라도 한데 이건 되게 복잡한 상황이라 참 미묘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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