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8 10:33

링컨 - 뱀파이어 헌터, 2012 대여점 (구작)


역사 속에 실존 했던 존경받는 위인의 이면에 알고보니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우리들의 흥미를 잡아 끈다. 근데 그 이면의 '무언가'가 판타지적 무언가라면 더 재미있지.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이순신 장군의 젊은 시절을 가지고 시간 여행을 섞었던 <천군> 같은 영화가 있지 않았었나. 그러니까 기획의 의도와 그게 추구 했던 재미의 방향은 대략 무엇인지 알겠단 소리. 아니, 암만 그래도 그렇지 링컨 대통령이 뱀파이어 헌터였다는 건 대체 무슨 소리야. 

그 황당함에서 오는 재미는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어이없을 정도의 구라인데, 그걸 너무 뻔뻔하게 치니까 황당하면서도 웃긴 것. 그리고 그걸 수식해주는 영화적 테크닉도 그 기괴한 재미에 맛을 더한다. 개봉 당시 국내에선 '스타일리쉬 액션'쯤으로 홍보한 것 같던데, 대략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것 같은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의 액션 스타일이 진짜 괴상해 더 웃기다. 극중 링컨이 뱀파이어 사냥꾼으로 각성할 수 있게 도와준 헨리가 자신의 정체를 처음으로 밝히며 상대 뱀파이어를 건물 외벽에 메다 꽂아버리는데, 그 태 자체가 너무 웃김. 이어 중반부쯤 펼쳐지는 말떼 서퍼 장면도 진짜 웃기더라. 근데 액션이 멋있거나 그 쾌감을 느끼진 못했음. 그냥 너무나도 웃길 뿐. 

멋있고 재미있기 보다 그냥 웃긴 액션들이 작렬하는 가운데, 이야기는 진짜 허수아비처럼 휑하니 서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영화가 장면들 밖에 없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보여줘야 할 액션 세트피스와 장면들이 있는데, 그 사이사이를 잇는 이야기적 이음새는 거의 없다시피한 수준이라는 거. 말떼 위에서 펼쳐지는 액션 보여줘야 돼? 그럼 얼른 말떼 장면으로 가자! 링컨이 혼자서 남부 뱀파이어들 쓸어버리는 일기토 장면 보여줘야 돼? 그럼 얼른 남부로 가자고! 클라이막스에서 펼쳐지는 기차 액션? 그럼 얼른 기차 타야지, 뭐해?! 영화가 내내 이런 식.

더불어 트집 좀 더 잡자면. 이런 실제 역사를 토대로 판타지를 시도한 작품들을 볼 때마다 종종 거슬리는 건데, 실제 인간의 광기를 다른 가상의 존재들에게 짬 때리는 부분. 이 영화도 아메리카 대륙에 넘어와 인디언과 정착민들을 살해한 죄를 뱀파이어에게 떠넘기고 있고, 심지어는 당시 흑인 노예제의 가장 굳건한 후원자 또한 남부의 뱀파이어 왕국이었다고 뻥을 친다. 재밌는 뻥인지 아닌지와는 별개로, 실제 역사 속 실제 인간들의 광기는 왜 이리들 윤색하려 드는지. 한 때 히틀러도 외계인이었다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뻥 역시 유행한 바 있으니 같은 궤라고 해야할지. 과거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하고 괴롭혔던 일제가, 알고보니 인두겁을 쓴 오니들이었다-라고 하면 그 때 당시 일제의 잘못들이 다 일본 도깨비 탓 되는 거잖아. 아, 아니면 그 때 당시의 남부군이 사람도 아니었다-는 식의 돌려까기인가?

보다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좀 나와 재미있었다. 잠깐이지만 앨런 튜딕도 나오고, 팔콘 되기 전 안소니 매키도 등장. 그리고 링컨의 자취방 건물주로 나오는 양반 얼굴 왜 이리 익숙하지 했더니 <파친코>에 나왔던 양반이구나. 괜시리 반갑다. 

덧글

  • 포스21 2023/02/08 21:48 # 답글

    흠 , 넷플릭스 같은 데서 볼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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