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6 18:07

MCU 페이즈 4 결산 객관성 담보 불가


티어 메이커를 통해 만든 MCU 페이즈 4 결산. 아무래도 영화에만 집중했던 기존의 인피니티 사가에 비해선 디즈니 플러스용 TV 시리즈도 많이 제작되기 시작했던 페이즈였기 때문에 그런 것들까지 다 넣는 게 어떤가 싶었지만... 솔직히 걔네 다 들어왔음 아마 대부분이 밑에서 깔아주고만 있었을 거라 그냥 통크게 재외. 

페이즈 4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선 크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다들 비슷할 것 같다. 토비 멕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의 얼굴을 한 피터 파커를 모조리 불러내어 벌인 한바탕 대잔치. 덕분에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모두 간접적으로나마 MCU 안으로 끌어들인 공이 혁혁하다. <어벤져스 - 엔드 게임>의 어셈블 이후 이런 게 또 가능할까 했었는데,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그걸 다시 재현해낸 그 기획력과 구현력에 박수를. 소문에 따르면 향후 페이즈 6 즈음의 팀업 무비에서 휴 잭맨의 울버린과 토비 멕과이어의 스파이더맨 등이 다시 만나는 묘수도 기획하고 있다던데 그게 아마 사실이라면 그건 모두 이 <노 웨이 홈>의 성공 덕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는 그거 안 바라고 그냥 소문으로만 남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사실 페이즈 4의 작품들을 통틀어 가장 저평가 받고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이터널스>일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여론이 이해된다. 하지만 내게 <이터널스>는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 여러 인물들을 한꺼번에 저글링하면서도 그 장대하고 웅장한 서사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그 작가주의적 정신이 마음에 든다. 그렇다고 해서 클로이 자오가 라이언 존슨 마냥 기존 시리즈에 깽판 놓은 정도도 아니지 않나.이 정도면 그냥 쿨하게 호불호 문제로 봐주자. 영화 특유의 건조한 톤도 좋았고, 액션은 좀 부족할지언정 흥미로운 이야기와 분위기로 전체를 뚝심있게 끌고 나간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베리 키오건이 뒷통수 안 치는 걸로 뒷통수 친 것도 웃겼고.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역시 부족한 부분이 많은 영화이긴 했으나, 작품 특유의 분위기와 그 장르에 내가 꿈뻑 죽는 사람이라 여러모로 어드벤티지가 많이 붙었다. 어릴적 수도 없이 봤던 성룡 영화들의 테이스트를 MCU 내에서 느낄 수 있어 기뻤고 또 텐 링즈로 벌이는 특유의 액션이 꽤 박력있다고 생각해 점수를 더 줌.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제 이 영화를 논하며 양조위 이야기를 안 하기란 불가능 하겠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을 가진 배우 양조위의 MCU 입성. 물론 역할이 역할이었다보니 한 편만에 퇴장하기는 하지만, 솔로 영화 속 일회용 수퍼 빌런으로서는 누가 뭐래도 탑 티어. 다만 막판에 용이랑 박쥐 괴물이 엉겨 붙어 싸우는 건 좀 꺠더라. 그냥 진득하게 양조위의 웬우 단독 빌런 서사로만 갔어도 되었을 것을. 

<블랙 위도우>는 페이즈 4를 열어젖힌 작품이었는데 그러다보니 본지가 꽤 오래되어서 가물가물. 그러나 정말로 재미있었다면 블루레이로든 디즈니 플러스로든 계속 돌려봤었겠지... 딱히 나쁜 영화인 것은 아닌데 그 지나친 평범함이 단점이라면 단점. <어벤져스 - 엔드 게임> 후반부의 여성 히어로 집결 장면보다 훨씬 더 페미니즘과 PC를 잘 살린 시의성 짙은 영화였단 점에선 만족감이 있다. 당대의 미투 파동을 잘 은유하기도 했고. 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양조위가 그랬듯 <블랙 위도우>를 통해 플로렌스 퓨가 MCU 안에 들어왔단 점은 만족스럽다.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 DMZ ------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중구난방 너무 산만해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샘 레이미인데! 지금까찌 MCU내 데뷔한 역대 감독들 중에서는 그 시작부터 이미 거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들어왔던 사람 아닌가. 덕분에 호러 영화적으로 리뉴얼된 작품의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으나... 그외엔 각본도 엉망이고 지나치게 산만해 제목따라 혼돈만을 느꼈던 작품. 좀 뻔하더라도 1편의 그 교과서적 우직함이 훨씬 더 나았던 것 같다. 아, 그리고 이 때부터 그런 불안감도 느꼈었지. 이제는 드라마를 안 보면 영화도 이해 못 하겠구나- 하는...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상영시간이 거의 3시간에 달하면서도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다 제대로 못해 끝까지 중언부언만 하다 무너지더라. 왕위를 물려받은 슈리가 이끄는 와칸다, 그리고 네이머의 지휘를 받는 아틀란티스 두 국가를 통해 지난 19세기의 식민주의에 대항한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의미가 깊었으나... 언제나 말했듯 장르 영화에서 의미만 깊으면 뭐하냐고, 장르적 쾌감이 먼저인데. 수퍼히어로 영화로써 재미는 한태기도 없고 심지어 유치함까지 느꼈다. <샤잠!>처럼 아예 그 유치함이 컨셉이고 무기가 아닌 이상, 수퍼히어로 장르에서 유치함이 느껴졌다면 난 그게 사형 선고라고 생각한다. 단순 어린이용 장르란 오해를 가까스로 벗어던진게 불과 10여년 전인데, 이제와서 유치한 설정들을 다시 넣으면 어쩌자고. 그런 의미에서 아이언 하트는 최악이었다 생각하고, 또 그 아래 미드나잇 엔젤은 재고의 여지가 없었다 생각한다.

근데 씨발, <와칸다 포에버>를 능가하는 유치함이 있지. <토르 - 러브 앤 썬더>는 진짜 존나 무책임 하더라. 타이카 와이티티 이 양반은 <라그나로크><조조 래빗> 연타로 잘 만들어놓고 왜 이런 짓거리를. 이쯤 되면 대놓고 사보타주를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아니면 타이카 와이티티도 마이클 베이나 잭 스나이더처럼 제작자가 말고삐 많이 당겨줘야 하는 스타일인 것일지도.


전반적으로 실망스럽지 않았다 말하면 거짓말이다. 왜냐면 페이즈 4는 여기에 디즈니 플러스 TV 시리즈들도 다 포함해 평가해야 하니까... 그런데 거기도 실망스러운 걸로 치면 한 뭉탱이 하거든. 어찌 되었든 페이즈 5는 좀 달랐으면 싶은데, 이미 TV 시리즈들과의 연계는 포기할 수 없는 시점일 거고 또 방금 보고 나온 페이즈 5의 첫 작품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도 지독하게 평범해 걱정을 마냥 놓을 수는 없는 상황. 



이건 별첨부록으로 해본 페이즈 4 + 인피니티 사가 영화들 티어 메이커. 
걔중 몇몇은 여론과 너무 달라 욕 좀 먹을 수도.

덧글

  • 잠본이 2023/02/17 09:42 # 답글

    페이즈4 발표할때 어른들의 사정으로 쏙 빠져 있었던 노웨홈이 오히려 가장 큰 화제작이 되었다는게 정말 인생의 아이러니죠... 이터널스는 영화자체는 그럭저럭인데 MCU와는 별로 큰 관계가 없어보여 애매하고 그렇다고 MCU와 독립된 뭔가로 시작했으면 아예 제작자체가 안되었을테니 이래저래 눙물이
    어쨌거나 점점 비대화된 시리즈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는 시기라 페이즈5에서 어떻게 신선함을 되찾을지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