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7 16:33

우리 집에 유령이 산다 극장전 (신작)


영화는 그냥 <E.T.> 플롯이다. 문제 많은 가족 안에서도 괴리된 듯 살고 있는 한 소년이, 비일상적인 존재를 만나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비일상적인 존재의 미스테리를 해결해주기 위해서 다른 이웃 친구와 손잡고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 당연히 그들을 쫓는 악당은 비열한 정부기관이고... 어쨌든, <우리 집에 유령이 산다>는 <E.T.>의 외계인을 그냥 유령으로 바꿔놓은 작품에 불과하다. 그게 진짜로 전부다. 그런데 따라한 것치고는 <E.T.>의 절반에 절반도 못함. 

만약 이 영화에도 레시피가 있다면, 거기엔 아마 이렇게 쓰여 있었을 것이다. '제대로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모험과 액션, 호러 요소가 가미된 멋진 가족 + 성장 드라마를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하나씩 따져보자. 영화의 모험은 정말이지 형편없다. 이 영화는 그저 문제많은 한 소년과 다른 한 소녀가 문제많은 또다른 환상적 존재와 손을 잡고 로드 무비를 찍으면 저절로 모험 영화가 된다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모험 영화 좀 좋아한다 하는 관객들에게, 이 정도의 모험을 과연 모험이라 부를 수 있을까? 위기가 충만하고 그 안에서 스릴이 튀어나오는 롤러코스터 같은 모험? 이 영화는 그냥 우버 타고 떠나는 바이브다. 당연히 액션도 전무. 그럼 호러? 유령 나온다고 무조건 영화가 무서워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유령 어니스트가 목도 비틀고 자기 자신의 얼굴도 녹여내는 진기명기 다 보여주는데 톤 자체가 무섭지 않아 그냥 지루해 울고 싶어졌다.

그럼 남은 건 이제 가족 영화와 성장 영화로써의 면모인데, 이것도 영화는 크게 오해한 듯 하다. 그냥 문제 많은 가족이 등장해 조금 투닥거리다가, 목숨이 걸린 결정적 순간엔 그 밉던 부모가 자식들을 구해내려 함으로써 알고보니 우리 모두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구나 정도로 진행하면 가족 영화 되는 거겠지?-라고 생각한 듯. 성장 영화로써도 마찬가지다. 아, 그냥 친구들이랑 좀 못 어울리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소년 하나 만든 뒤에 유령과 우정 쌓게 만들면 저절로 성장 드라마는 쓰여지는 거겠지? 에라이, 그렇게 해서 되는 게 영화면 이제부터는 나도 스필버그다. 

유령 어니스트를 묘사한 CGI와 특수효과도 뭔가 애매하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자잘한 에피소드들 역시 김빠진다. 전반적으로는 그냥 재미없는 영화. 그래도 아마 당신의 자녀가 7세 미만이면 조금 즐길 수 있을지도? 근데 정작 영화 관람 등급은 12세 관람가라는 게 함정. 

덧글

  • 잠본이 2023/03/08 10:13 # 답글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이 핵심이군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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