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2 15:15

샤잠! - 신들의 분노 극장전 (신작)


샤잠은 가지각색의 매력을 뽐내는 듯 보이지만 언뜻 천편일률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숱한 수퍼히어로 유니버스들 안에서 그만의 독특한 맛을 낸다. 1편에 이어 2편도 그렇다. 그러니까, 이 장르에서 가장 유치하고도 진정 솔직한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크 나이트><로건> 등이 그 훌륭한 완성도에도 자꾸 수퍼히어로 장르로써 스스로의 정체성을 숨기려 하는 와중에, <샤잠!> 시리즈는 자신이 유치찬란 수퍼히어로 장르임을 애써 가리지 않는다. 사실 세상의 어느 누가 수퍼히어로 되기를 꿈꾸면서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이나 <로건>의 울버린이 되고 싶어 하겠는가. 애초 수퍼히어로의 본질이라는 게 남들 앞에서 잘난척하는 맛인데? 그런 의미에서 <샤잠! - 신들의 분노>는 전편에 이어 훌륭하게 진솔하다. 문제는 딱 거기까지 라는 것이다. 적어도 전편은 그 유치찬란한 재미가 최소한도로 존재했다. 유치하더라도 찬란해서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길 수 있었다는 말. 그러나 속편인 <샤잠! - 신들의 분노>는 유치하고 재미없다. 

가장 큰 문제부터. 전편에서도 지적했던 문제인데 여전히 제작진은 이를 고치지 않았다. 분명 인지 했을 것인데도! 바로 아역과 성인 역할 배우끼리의 연기 조율 문제. 샤잠은 10대 소년이 마법의 주문을 외치고서 변신하는 수퍼히어로다. 그러니까 이 수퍼히어로의 핵심 매력은 제아무리 근육질의 마법 챔피언이라고 해봤자 속은 여전히 10대 철부지라는 것. 이 같은 특징 때문에 같은 역할을 두 명의 배우가 나눠 연기한다. 어린 빌리 뱃슨 역할에 애셔 앤젤, 다 큰 성인 샤잠 역할에 재커리 리바이. 그런데 이 두 배우는 도저히 한 인물로서 융합 되지를 못한다. 단순 외적인 부분만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연기 톤이 전혀 조율되어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애셔 앤젤은 나름 성숙한 수퍼히어로 역할을 맡았다 생각한 것인지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한 톤으로만 연기를 해내 그를 짐짓 애늙은이처럼 보이게 한다. 그런데 성인 역할의 재커리 리바이는 완전히 반대다. 어린 10대 소년을 연기하게 되었다는 기쁨이었는지 부담이었는지, 그는 시종일관 철 없게만 군다. 막말로 재커리 리바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들을 애셔 앤젤의 얼굴로 상상해보라. 그게 되는지 안 되는지. 

나머지는 몽땅 애드리브 싸이퍼 같다. 철저한 계획하에 제작 되었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그 때 그 때 임기응변으로만 임한 느낌.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허술하게 기워낸 조각보 같은 느낌. 악당들부터 보자. 이 세 여신들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인가? 그리고 또 왜 각자 반목하는가? 아니, 그리고 무엇보다 설정상 몇 천년을 살아온 신들이라는데 왜 이리 현명하지 못한 것인가? 5000살이 넘는 여신이 고작 10대 소년의 순수함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고? 5000살이 훨씬 더 넘는 여신이, 겨우 10대 소년의 용기를 보고 "네가 진정한 신이구나"라 읊조린다고? 이쪽 세계 신들은 하나같이 다 나사가 빠져있다. 

그래, 세 여신이 인간계에 심은 그 대단한 나무. 나무의 뿌리에서 그리스 신화 속 각종 괴물들이 태어나 생난리를 피운다. 미노타우르스, 하피, 사이클롭 등등. 그런데 이들을 어떻게 처리한담? 각본가들은 그 부분에서도 애드리브를 쳤다. 그냥 걔네들이 유니콘 무서워한다고 하고, 같은 나무에서 유니콘도 나왔다 치자! ......이게 지금 말이 되는 각본인가? 여기까지만 했어도 충분히 어이가 없었을 텐데, 영화는 한 술 더 뜬다. 스키틀즈의 무지개맛이라면 유니콘도 길들여지지 않곤 못 배길 거라구! 감히 말하건대 근래본 PPL들 중 가히 최악이었다. 

리부트가 결정된 지금에 와서야 뒤늦은 비판이지만, DC 유니버스 특유의 막가파 설정도 여전히 문제다. 세 여신이 본부로 사용하며 마법사를 가둬두었던 그 신들의 정원. 이 곳은 대체 어디 어떻게 붙어 있는 곳인지?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는데? 아, 그냥 영원의 바위 어느 구석에 있는 마법의 문 하나 열고 들어가면 된다고? DC 유니버스 특유의 CG로 덧바른 가상 공간에 이제는 신물이 난다. 거기에 갑자기 튀어나온 원더우먼 카메오도 그 수가 훤히 보여 역겹고. 

아역 배우들이 금방금방 큰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이 정도 퀄리티라면 이 시리즈가 지속되긴 요원해보인다. 아, 하긴 이제 제임스 건 체제로 어차피 리부트 되지. 이렇게 되니 제일 불쌍한 건 5년간 감옥에서 웬 굼벵이 한 마리 계속 기다리고 있던 닥터 시바나. 어이없어서 웃긴 걸로 치면 마블과 DC를 모두 포괄해 쿠키 영상들 중에서는 이게 최고인 것 같다. 

덧글

  • 잠본이 2023/03/22 15:31 # 답글

    확실히 빌리 변신전은 착 가라앉은 느낌인데 변신후는 완전 조울증 환자같아서 동일인이 맞나 싶죠(...)
    변신하면 성격도 바뀌나 아니면 힘이 세지니까 숨어있던 본능이 튀어나오는 것인가

    "그래서 대체 네 계획이 뭔데?"
    "그건 말이지..." (싹둑)
    기다린 보람도 없이 영원히 알 수 없을 거라는 사실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ㅠㅜ
  • 엑스트라 2023/03/23 09:49 # 답글

    그래도 유쾌하게 사람 웃기게 하는 슈퍼 히어로라면 만족합니다.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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