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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아서 - 제왕의 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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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의 기사들과 엑스칼리버. 이제는 지구 반대편 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깜빡하면 우리네 전통 설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서 왕 이야기는 익숙하디 익숙한 이야기다. 동방예의지국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살고 있는 나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정도면 본토에서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안 봐도 블루레이. 그러니까 이 뻔하고 익숙한 이야기에 판타지를 끼얹고 비디오 게임 에센스를 더해 젊은 감각의 버전으로 재탄생 시키려고 하는 목표와 그 노력은 이해가 된다. 그리고 여기에 감독으로서 붙은 가이 리치? 납득 쌉가능.

이 영화 바로 직후에 나오는 실사 리메이크 버전의 <알라딘>에 비하면 가이 리치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자신의 국적을 잊지 않는 영국적 특성과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이른바 천한 것들의 이야기. 좁고 높은 벽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추격전. 이미 <셜록 홈즈> 시리즈로 갈고 닦았던 화려한 카메라 워크와 특유의 리드미컬한 편집까지. 최근작들 중 <젠틀맨>이 가이 리치 개성의 집대성처럼 느껴졌다면, <킹 아서 - 제왕의 검>은 못해도 가이 리치 개성의 교과서 쯤은 될 거다. 한마디로 가이 리치가 어떤 연출자인가-에 대해 궁금한 이들이라면 이 영화만 봐도 된단 소리. 개인적으로는 <알라딘>은 물론이고 <맨 프롬 UNCLE>보다도 더 가이 리치 개성이 듬뿍 담겨있는 것 같던데.

문제는 가이 리치 특유의 고질적인 문제점들 역시 그대로 안고 있다는 것이다. 가이 리치의 장점과 단점까지도 궁금하다면 이 영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일단 각본 정리가 엉망이다. 듣기로는 총 여섯편의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제작 되었다고 하는데, 시발 그럼 좀 더 여유있게 이야기 풀어갔어도 되는 거 아니냐? 지금이야 흥행 실패로 그 프로젝트가 다 수장되기 직전이니 할 말 없긴 하지만, 적어도 제작 당시에는 그런 계획이 있었던 거잖아. 그럼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처럼 이후 시리즈에 대한 안배를 좀 했어도 되지. 그러나 지금 영화는 그냥 몽땅 때려박느라 급해서 초랭이 방정이다. 주인공인 아서의 과거사는 물론이요, 사창가의 양아치로 살아가던 이 인물이 엑스칼리버에게 선택받고 이후 어떻게 왕이 되어 가는지를 모두 이 영화 한 편에서 보여주려고 서두른다. 그러다 보니 인물의 성장에 앞뒤가 없다. 아서 이 새끼는 자신의 운명따위 개나 줘버리란 태도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반군에 호의적으로 변하고, 영웅으로서의 성장과 각성을 보여줬어야할 다크 월드 시퀀스는 얼렁뚱땅 요약본으로 대체된다. 

아니, 갖은 고생 끝에 성장하는 주인공을 보여주려면 일단 그 '갖은 고생'을 심도깊게 묘사하는 게 맞는 거잖아. 근데 이 영화는 아서를 다크 월드에 던져놓고 이후 대략 5분 정도 빠른 호흡의 몽타주로 그 모든 모험들을 그냥 때워버린다. 그럼 그 이후는 재미있나? 아니, 다 엇비슷한 장면들의 연속이다. 아서와 반군 멤버들의 각종 계획이 썩 가이 리치스럽게 전시되는데, 말그대로 다 비슷하게 느껴짐. 감정과 사건이 고조된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그냥 동어반복의 연속. 그리고 결말부에 그렇게 원탁의 기사들 강조해줄 것이었다면 그 조연 캐릭터들의 물리적 분량 배분에도 신경을 썼어야지. 지금 버전은 아무리 봐도 주인공 아서 밖에 안 보임. 미꾸라지 빌의 화살 실력이 멋지긴 했지만 그건 그냥 내가 활잡이 캐릭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거고.

이런 단점들 때문에, 그나마 있던 가이 리치의 장점들마저 희석된다. 아니, 그 둘이 엉겨 붙어서 오히려 같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플래시백과 퀵 줌 인 등을 활용한 특유의 리드미컬한 편집은 정말 좋다. 그 자체로 너무 재미가 있다. 그러나 그건 딱 초반까지다. 중반부 부터 이야기가 산만해지니 덩달아 이 화려한 편집도 복잡하게만 여겨진다. 말그대로 좀 정신이 없는 느낌. 

액션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 사실 대부분의 액션 씬들이 죄다 비디오 게임 속 시네마틱 영상 같은 느낌을 주긴 하는데... 정말 웃기게도 사실 내가 그런 느낌 좋아해... 그 떡칠한 CG 액션 내가 좋아한다고... 그래서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가이 리치가 이런 건 워낙 화려하게 잘 뽑는 양반이기도 하고. 다만 누가 뭐래도 막판 최후의 대결에서 만큼은 주드 로의 얼굴이 보였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냥 질량감 없는 CG 퍼펫과 아서가 싸우는 느낌이라 액션도 밍밍해지고 무엇보다 최종 보스와 싸우고 있다는 감정적 동요가 안 생김. 

요약하면, 가이 리치에겐 어느 정도의 곁눈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장기를 몽땅 때려붇고는 있는데 너무 그것만 보고 달려가잖나, 야생마 같이. <알라딘>처럼 너무 남의 눈치만 봐도 안 되겠지만, 또 주위의 만류를 무조건적으로 뿌리치고 자기 식대로만 달리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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