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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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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힘이 세다고들 말한다. 그렇게 과거가 우리를 뒤흔들고 있다고들 말한다. 원작 만화와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보고 자란 세대가, 현재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높은 인기에 주된 양분이 되어주고 있단 사실은 그만큼 부인할 수 없다. 그 때 펄럭-이며 넘기던 책장, 그 때 파밧-하며 돌려놓은 TV 채널, 그 때 찰랑-하고 흔들었던 골망. 아마 지금의 3040 세대는 그 때 그 소리들을 차마 잊지 못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목놓아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재밌는 것 하나. 나는 그 때의 펄럭거리는 소리와 파밧거리는 소리, 그리고 그 찰랑거리는 소리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렇다. 나는 원작 만화를 단 한 장도 읽은 적이 없고,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단 한 화도 본 적이 없으며, 실제 농구 경기를 단 한 게임도 참여한 적, 심지어는 단 한 번도 농구 경기를 관중으로서 제대로 구경한 적 역시 없는 인간인 것이다. 그야말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과거에 단 한 순간도 동조할 수가 없는 종류의 인간. 그래서 앞으로의 이 말이 더 의미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조차도 이 영화는 최고였다. 

일단 원작을 전혀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제대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단 점이 눈에 띈다. 물론 당연히 원작을 아는 관객들에 비해 즐길거리는 좀 적을 수 밖에 없었겠지. 하지만 송태섭이라는 인물을 중심삼아 그 과거 이야기들을 성실하게 옮겨오고 있고, 중간 중간 다소 뻔하고 진부한 구석들이 없진 않으나 충분히 그를 관객들에게 잘 공감시켜내고 있기도 하다. 원작에서는 죽은 형과 관련한 송태섭의 과거사가 거의 묘사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원작자이자 이 극장판의 감독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 빈 틈을 잘 파고 들었단 생각이 들었다. 원작을 닳고 닳을대로 읽은 기존 팬들에겐 그들이 차마 몰랐던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새로움을, 또 나처럼 원작을 아예 모르는 신규 관객들에게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안정감을 느끼게끔 해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송태섭의 과거사 외에도, 나머지 인물들 역시 각 캐릭터들을 단순하게 캐리커쳐 해놔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뒀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가 세세하게 다 들어갔다면 더 좋았겠지. 하지만 이건 어쨌거나 두시간짜리 포맷의 영화잖나. 그 모든 걸 다 욱여 넣을 수는 없었던 거고. 그래서 그 캐리커쳐가 성공적이었다는 거다. 채치수는 누구보다도 농구에 진심이면서도 냉정한 면모 뒤에 팀원들을 챙기는 따스함이 있는 인물로, 정대만은 탈선 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쫓아 농구공을 잡은 인물로, 또 서태웅은 개인주의자 같지만 결국엔 팀플레이를 완성하는 인물로서 잘 그려지고 있다. 여기에 원작의 팬들은 조금 아쉬워하겠으나, 일종의 조커가 되어 영화의 유머와 결정적 순간을 함께 담당하게 된 강백호 역시 적재적소에 잘 배치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북산 뿐만 아니라 그 상대편인 산왕의 정우성도 아주 짧은 과거 회상으로 그 캐릭터가 효율적 배치 되어 있다는 게 좋았다. 신사에서 기도를 하며 필요한 경험을 달라 말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촌철살인. 그것보다 더 많은 장면은 필요 없었을 거라고 본다. 

나머지는 몽땅 농구 경기 그 자체다. 그냥 경기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중으로서 지켜보게끔 만드는 모양새. 그런데 여기서는 영화의 놀라운 기술적 성취가 드러난다. 2D 베이스의 펜선에 3D 입체 모델링 넣어 만드는 액션 스펙터클. 요즘들어 많이 접한 애니메이션 기술임에도 여전히 놀랍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촬영과 편집의 묘가 역동적. 대표적으로 중후반부 송태섭이 자신만의 드리블로 상대편을 뚫어버리는 모습에서의 연출은, 실사 영화였다면 감히 불가능했을 카메라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애니메이션만의 개성을 무기화하는 장면. 거기서 튀어나오는 영화의 주제가도 분명 그 쾌감에 한 몫 했다 생각하고.  

사실 뻔한 부분이 태반이긴 하지. 스포츠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더독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그렇기도 하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지 않았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임에도 특유의 기세와 기백으로 그냥 그 모든 요소들을 뚫고 나가버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존의 팬들 못지 않게 감독이 원작자로서 자신의 캐릭터들에게 큰 애착을 갖고 있음이 저절로 드러난다. 애정을 잔뜩 품고 기세 좋게 드리블하며 달려나간 영화. 원작을 전혀 모르는 나조차도 이럴진대, 팬들은 정말로 뒤집어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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