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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런 한국의 기획 장르 영화들을 보면 그 제작 단계에서 레퍼런스로 썼을 게 분명한 다른 기성 작품들을 꼬집어 줄세우는 것이 일종의 나쁜 습관이 되었다. 굳이 나쁜 습관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것들 떠올리느라 어쨌든 영화 볼 적엔 집중을 잘 못하게 되기 때문. 여하튼, <정이>를 보면서도 떠올린 영화들이 한 트럭 정도 되었다. 메카닉 디자인은 <공각기동대>와 <채피>, <아이언맨2><코드 8>에서 봤던 것 같고 인류의 미래가 된 쉘터의 디자인과 설정은 딱 <엘리시움>의 그것. 마지막 장면을 비롯한 몇몇 이미지들은 <아이, 로봇>에서 따온 듯 한데다, 영화의 클라이막스 액션 시퀀스로 배정된 모노레일 안에서의 액션 디테일은 <배트맨 비긴즈>의 클라이막스에서 본 것 같았다. 여기에 세계관 디자인으로 <블레이드 러너>와 <A.I>도 좀 섞고... 하지만 영화를 보며 가장 크게 떠올린 영화는 다름 아닌 <로보캅>이었다. 심지어 폴 버호벤까지 갈 것도 없이, 호세 파딜라의 2014년 리메이크작 말이다. 

나는 세간의 평가에 비해, 호세 파딜라의 <로보캅>이 상당히 저평가된 작품이라 생각한다. 폴 버호벤 버전은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우선이었고, 그 뒤가 인간파괴적인 쾌감이었다 여겨진다. 그러나 호세 파딜라는 주인공인 알렉스 머피가 겪는 멜로 드라마적 요소에 좀 더 치중한 느낌이었다. 바로 그 점부터가 <정이>와 그 작품간 유사성을 만드는 거고. 그 이외에도 호세 파딜라가 연출했던 2014년의 <로보캅>과 <정이>는 정말로 비슷한 부분들이 많다. 전체적인 전개도 그러한데, 일단 홍보 되었던 포장지에 비해 액션의 함량이 많이 적다는 것부터가 그 시작. 포스터만 놓고 보면 무슨 SF 액션 대작 마냥 포장되어 있는데, 막상 감상한 <정이>는 그런 종류의 블록버스터로 보기엔 너무나 소소하고 미시적이다. 미시적이란 표현을 쓴 건, 거대한 세계관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그를 오프닝에서 자막으로만 설명하고 해당 설정들이 이후 이야기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 까놓고 말해 쉘터니 아드리안 자치국이니 뭐니 그런 거 다 빼고 진행해도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그와중, 호세 파딜라의 <로보캅>을 거의 통째로 열화해 가져다놨다 싶은 장면이 있다. 자신이 안드로이드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정이가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신의 딸인 서현과 마주하는 장면. 그 장면에서 정이는 자신의 팔이 눈앞에서 잘려나가며, 그 안에서 피 대신 이상한 빛깔의 용액이 흘러나오는 걸 보고 고통스러워하는 동시에 놀란다. 그런데 그 장면은 <로보캅>에서 불의의 사고로 몸의 대부분을 잃고 로보캅이 되어 노튼 박사와 마주했던 알렉스 머피를 그대로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당연히 <로보캅>이 그걸 훨씬 더 잘해냈고. 분명 더 큰 딜레마로 연결될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도 <정이>는 품을 수 있었던 여러 가능성들을 그냥 내친채 그 장면을 그저 딸의 일방적인 감정적 분화쯤으로만 소비하고 만다. 

그리고 보통 <아이, 로봇>이나 <A.I>, <바이센테니얼 맨>처럼 인간처럼 자유를 꿈꾸는 로봇 또는 안드로이드가 주인공인 영화면 그 자유 의지에 대한 해당 인물의 열망을 잘 표현해내야만 이야기의 동기가 바로 서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 <정이>의 정이는 딱히 자유를 원하고 있지도 않다. 애초 현실 세계에 대한 자각이 없는데 자유를 어떻게 원해. 그냥 서현이 귓가에 대고 속닥속닥 몇 마디 던져주니, 곧바로 접수하고 탈출 각만 보는 수준. 탈출하라고 해서 탈출하기는 하는데, 그리고 막판엔 서현의 말마따나 자유를 위해 바깥 세상으로 향하긴 하는데 거기에 어떤 목적이 있어. 결말부의 정이는 이 세계와 생면부지의 관계인데. 

차라리 A타입, B타입, C타입으로 명명된 의체화 체계를 좀 더 집중해 다루면서 현실 세계의 NFT나 딥페이크 영상, 개인 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은유해 다뤘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극중에서도 그나마 흥미로웠던 것이 자신의 얼굴과 뇌 기억 모두를 기업에 팔아버린 정이가 군사 무기는 물론이고 피규어나 섹스 토이로도 활용될 수도 있다-하는 묘사였으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그냥 헐벗고 있는 엄마에게 급히 담요를 덮어주고 바로 안는 딸의 이미지가 필요해서 넣은 장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고...

심지어 마지막 장면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의 1화 엔딩인 줄 알았다. 마침 넷플릭스라 '다음화 이어보기' 버튼이 또 바로 뜰 줄 알았어. 무슨 드라마나 TV 시리즈도 아닌데 결말을 그렇게 지으면 뭘 어쩌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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